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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먹는 맥.
맥과 계약한 인간인 데이드리머.
그리고 악몽을 선사함으로서 죽음으로 이끄는 몽마.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그들의 전장은 꿈. 소중한 미래가, 앞으로 나아갈 희망이 가득한 그곳.
막 태어난 오르는 보지 못한, 파트너 맥인 휴를 통해서만 전해들은 이야기.
"휴. 오르의 엄마, 아빠는 어땠어?"
"어땠냐니...우리 꼬마네 부모, 난 우리 꼬마가 태어나기 전에 조금 본게 다인데."
오르가 피이-하고 토라지면 휴는 작게 웃고는 오르를 품에 안아올리고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알게된건 얼마 안됬지만 꽤나 특이했지."
"특이했어?"
"응. 특이했어. 우리 꼬마네 부모는 둘다 데이드리머의 자질이 있었어."
파트너 맥은 못만난거 같았지만. 어깨를 으쓱이는 휴의 어깨에 오르는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로 휴를 올려다봤다.
"그래서? 그래서?"
"그런 눈빛으로 보면 우리 요망한 꼬마가 원하는건 다 들어주고 만다니까..."
"휴, 그래서. 응? 그래서 어땠는데?"
여자처럼 귀여운 얼굴을 제대로 활용하는 오르의 모습에 휴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휴는 오르가 아직 어미의 배속에 있었을 때부터 오르가 자신의 파트너인 것을 알았고 그 곁에 머물렀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오르의 부모가 둘 다 데이드리머의 자질이 있었기에 휴의 존재를 알아차린 거였을까.
"나를 알아본 둘은 전혀 모르는 사람일텐데도 나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지. 뭐라더라, '오르의 파트너이니 우리 가족이다.'랬나?"
오르의 어미도, 아비도 휴를 쉽게 받아들였다. 맥과 데이드리머가 한 근본에서 태어난 나무와도 같다는 사실을 몰랐을텐데도 그 둘은 휴를 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됬었다. 휴는 말하던 것을 멈추고 오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오르는 의아한 얼굴로 휴를 바라봤지만 휴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씁쓸한 미소만을 달고 오르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죽인건 자신이나 마찬가지였다.
태어나기도 전에 오르의 곁에 머물렀던 휴 덕분에 오르가 태어날 무렵엔 몽마들이 데이드리머의 향을 맡고 아귀처럼 몰려들었다. 휴는 꽤 강한 맥에 속했기에 보통은 몽마들이 그에 겁먹고 도망갔겠지만 아주 약한 데이드리머의 존재에 몽마들은 그 데이드리머와 그 가족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몰려왔다. 그 상황에서 휴는 오르밖에 지키지 못했다.
'아이를 지켜주세요.'
파트너가, 페어가 아니었기에 휴가 힘의 일부를 넘겨주었어도 몽마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오르의 아비가 먼저 몽마에게 먹혔다. 몽마들 때문에 휴가 직접 아이를 받아내야만 했다. 맥과 데이드리머는 먼저 서로를 인식함으로서, 그리고 접촉함으로 계약을 완료한다. 그리고 계약을 맺는 아주 짧은 순간에 틈이 생긴다. 휴와 오르는 오르가 태내에 있을때 서로를 인식했고 휴가 오르를 받는 순간 계약이 완료됬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몽마들은 오르의 어미를 잡아먹었고 곧바로 계약을 완료한 휴에 의해 사라졌다.
"나는...우리 꼬마밖에 지키지 못했어."
지키지 못했다. 그 사실이 휴를 숨막히게 짓눌렀다. 몰려오는 비참함에 휴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언제나 오르에게 죄인이었다. 하지만-.
"괜찮아, 휴. 휴가 오르의 부모가, 친구가 되줬잖아. 오르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파트너잖아."
우리는 찬란히 빛나는 [보석]인 페어잖아.
이 따스한 온기가, 상냥한 한마디가 휴를 절망에서, 지옥에서 끌어올린다. 휴에게 있어 오르는 삶의 이유였다. 존재의 이유였다. 파트너여서만이 아니였다. 하 오르가 존재하기에 휴가 존재할 수 있었다.
"내가 우리 꼬마 덕에 산다니까."
까르륵 웃는 오르를 폭 껴안고 부비부비하는 휴는 언제나와 같이 홀로 맹세한다.
이 작은 빛은 내 한 목숨 다해 지키리.
+
처음부터 휴가 오르를 잘 돌본것은 당연 아니였다. 몇십년을 혼자 살아온 그가 아이를 돌본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의 친우들이 알았고 몽계의 모든 이들이 알았다. 게다가 왕을 지키는 방패였던 '자드 휴-이언'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에도 반대가 많았다. 가장 반대가 거셌던 것은 그의 친우이자 왕을 지키는 검이였던 '에틴 아렌-하랑'이었다. 왕이 제자리에 없는 지금 그까지 빠지면 귀족들을 억제할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아이까지 돌보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둘중 어느곳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휴는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대신 아이가 조금더 크면 다시 일을 돕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에 아렌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육아휴가라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휴는 갓난애기 오르를 품에 안고 본궁에서 나와 페어거주구역으로 들어갔다. 페어 중에는 결혼한 사람도 있었고 그중 아이가 있는 사람도 있었기에 휴는 초보 아빠 티를 팍팍 내면서도 오르를 무사히 키울수 있었다. 오르는 아이치고는 얌전한 아이였기에 모든 이가 칭찬했지만 초보 아빠 휴는 육아는 접하는 것도 하는것도 처음이었기에 항상 안절부절 했다. 심지어 휴의 집안일 실력은 악몽보다 더한 수둔이었기에 급기야는 아이가 어느정도 크자 아이는 오히려 휴를 돕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페어들은 어른이 애를 키우는지 애가 어른을 키우는 건지 모르겠다며 휴를 놀리곤 했다. 조금 더 크고나서는 전장에 나가기 시작한 휴를 따라다니며 체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휴가 폭소를 터트릴만큼 바동거리는 몸짓이었지만 점점 다듬어지고 날카로워지는 오르의 체술에 휴는 혀를 내둘렀다.
이후 휴는 어린 오르가 근접전을 벌이기 원치 않았기에 무기술을 가르쳤다. 오르는 그 많은 무기중 선택한 것은 석궁과 낫이었다. 물론 대낫은 아니었다. 그리고 왕의 무녀에게 가 방어술을 배웠다. 체술과 무기술만 봤던 휴는 오르가 공격형일줄 알았지만 오르는 의외로 공방이 자유로운 밸러스형이였다. 다른 아이들이 울며 보챌때 오르는 휴를 따라 전장에 나갔고, 보통 아이들이 뛰어 놀때 오르는 휴에게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또한 휴는 집안일에 잼병이었기에 오르는 살아남기위해 집안일도 배워야했다. 물론 이 모든것을 배운 오르는 아직 어린 아이였기에 어른만큼 대단하지는 못했지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대단했기에 오르는 또래 아이들의 선망을 받았다.
막 다섯살이 되었을때 오르는 휴와 정식으로 페어명을 받았다. 광석, 귀금속을 뜻하는 오르Ore와 색을 뜻하는 휴Hue. 둘은 찬란히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페어가 되었다. 오르가 아직 너무 어리기에 최전방에 나가지는 못해 [보석]페어는 후방과 중간을 주로 맡았다. 휴는 전장에서 오르에게 실전감각을 익히게 했고 왕의 방패로 복귀해 왕의 영혼이 육체를 되찾는 일을 도왔다. 왕의 육체는 있지만 귀족들로 인해 영혼이 없는 상태였기에 휴는 온 신경을 다해 왕의 육체를 귀족들에게 빼앗기지 않게 지켜야했고 그 덕에 오르는 휴의 곁에서 그의 친우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오르는 실력도, 인맥도 넓혀갔고 결국 휴와 오르는 중상급 페어가 되었다.
+
날은 따듯했고 옆에는 휴가 있고 일은 없고. 오르의 기분은 최고였다. 휴의 친구이자 왕의 검인 에틴 아렌- 하랑을 만나 놀림당했지만 언제나와 같이 정강이를 차주는 것으로 퇴치해 오르의 기분은 평소보다 더 좋았다.
"여기서 왕님만 돌아온다면 진짜 최고일텐데. 그치?"
"그러게."
휴의 또다른 친우이자 맥일족의 왕인 '메어'의 영혼이 현재 행방불명이라는 것, 그 원인이 귀족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몽계에 아무도 없었다. 휴는 오르를 품에 안고 한껏 힐링하며 간만의 자유를 즐겼다. 오르도 간만의 평화를 즐기듯 휴의 품에 안겨 고양이마냥 고롱고롱거렸다. 따듯함에 노곤노곤 거리는 느낌을 즐기며 쉬는 둘에게 보라빛의 빛나는 나비 두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왔다. 그 모습에 한껏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있던 둘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날아온 나비는 둘의 귓가에 앉았고 곧 통신용 주술이 되었다.
"뭐냐. 우리 오늘 비번인데."
"멍-청-이-아-렌."
-...애한테 뭘 가르친거야, 빌어먹을 휴.
"비번인데 일시키려고 연락한 주제에, 쓰레기 아렌."
서로 으르렁거리는 휴와 아렌에게서 놀라울 정도로 신경을 끈 오르는 가지고 나온 피크닉 바구니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 두손으로 꼭 쥐고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톡톡 떨어지는 샌드위치의 내용물을 한손을 닦아주며 휴는 계속 연락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왕'이 곧 귀환한다. 우리쪽 데이드리머 둘은 지금 몽계로 진입하고 있어.
"빌-어-먹-을. 이번 일 끝나면 나 진짜 퇴직할거야. 때려칠거리고. 젠장. 우리 꼬마. 이동하자."
"웅."
최고에서 급하강한 기분에 오르가 불퉁한 얼굴로 와일드하게 샌드위치를 씹으며 일어서 내밀어진 휴의 손을 잡았다.
다 먹지 못한 샌드위치와 피크닉 바구니만이 둘이 쉬던 자리에 남겨져있었다.
+
"거짓말쟁이..."
비내리는 전장. 몽마들이 죽어 남은 악몽 찌꺼기들이 공기중에 흩날린다. 새하얀 백발이 빗물에 젖어 푹 가라앉았다. 자신보다 조금 어둡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 묶어놓았던 끈이 끊어져 길게 늘어져 있는 머리카락은 그를 여자처럼 보이게 했다. 자신과 비슷한 얼굴을 들어 품에 안은 오르는 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연신 닦아냈다. 빗물은 웅덩이졌고 피와 섞여 피웅덩이를 이루어냈다. 고인 비의 양보다 흘러내린 피의 양이 많았기에 피웅덩이는 질척해져 오르의 옷을 적셨다.
"일어나, 휴..."
작은 손이 쓰러진 청년의 어깨를 흔든다. 하지만 감긴 눈은 떠질줄 몰랐다. 청년의 숨은 이미 끊겨있었지만 작은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청년의 어깨를 흔들었다.
"오르랑 평생 같이 있어줄거라면서...오르가 크고...결혼하고...죽는 그 순간까지 함께라면서..."
작은 아이의 뒤로 수많은 발들이 다가왔다. 저마다 피를 흘리며 다가오는 그들의 눈엔 광기가 가득했다. 아이의 앞으로도 수많은 발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눈 안 가득 빛을 품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선두에는 휴의 친우였던 아렌과 '왕'인 나이트메어가 있었다. 청년의 시체와 아이를 중간에 두고 두 무리는 멈춰섰다. 왕의 보좌인 가넷이 무리에서 이탈해 오르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르님. 거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평소 아무렇게나 산발한 머리를 하고 다니던 가넷은 단정히 정리된 머리로 완전무장을 하고 오르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러나 오르는 들리지 않는 다는 듯이 휴의 시체만을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오르ㄴ..."
"부르지마."
고개를 든 아이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같은 뿌리에서 난 존재를 잃는 다는 것은 상상이상의 상실감과 고통을 준다. 솔직히 가넷은 아이가 이대로 미쳐버리지 않은게 신기할정도였다.
"휴를 이렇게 만든건 너희들이야."
오르의 손가락이 왕을 비롯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휴를 죽인건 너희지."
아이의 손가락이 반대쪽을 향했다. 왕의 방패, 자드 휴-이언은 죽었음에도 그의 왕을, 그의 아이를 지키기위해 펼친 방어주술은 시전자가 아이에게로 옮겨져서는 계속 굳건히 서서 빛을 내며 광기어린 자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왕의 방패의 모든 힘이 그의 페어인 오르에게 들어왔다. 둘이서 완벽했던 페어가 한명이 죽음으로서 남겨진 한명은 완벽해졌다. 시전자가 옮겨짐에 따라 잠시 흔들렸던 주술은 한층 더 굳건해졌다. 그 굳건함에 왕쪽에 서있던 이들이 감탄했다.
"오르...우리가 네게 할수 있는건 사죄밖에 없구나."
"그딴거 필요없어. 오르한테 필요한건 휴야...오르한테 휴를 돌려줘..."
계속 소강상태에 머물자 보다못한 아렌이 오르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그순간 아이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동공까지 붉어진 그 눈동자로 아렌을 직시하며 아이는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건들지마!!!"
"--크윽?!"
순간적으로 터져나온 충격파에 아렌이 아이를 놓치고 뒤로 훅 밀려났다. 가넷또한 뒤로 밀려나 왕의 곁에 섰다. 왕, 나이트메어가 놀라 드러나 있는 외눈을 크게 뜨고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의 코에서 붉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독기 가득한 그 얼굴을 하고도 아이는 휴를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다. 눈에서, 코에서 흐르는 피가 빗방울가 섞여 휴의 얼굴을 적셨다. 작은 아이의 얼굴은 금새 피범벅이 되었으나 아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휴에게서 흘러내린 피는 아이의 바지를 적셨고 아이가 흘린 피는 아이의 옷을 적셔갔다.
왕, 나이트메어 드림이터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저 어린 아이가 정복을 받았다고 휴와 함께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영혼 상태의 자신 앞에서 작은 입으로 조잘조잘 귀엽게 떠드며 웃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밉지않게 다투는 둘의 모습이 눈 앞에 선했다. 자신을 돕겠다고 선 둘. 서로가 있다면 괜찮다던 둘. 어린데도 제 임무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와 기뻐하는 둘. 일족 최고의 방어주술을 가지고 아이를 지키고 자신을 지키던 휴. 그런 휴를 홀로 전장에 밀어넣은 것은...자신.
육체에 돌아가기 위해선 정착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왕의 방패인 휴가 최전방에 배치되었다. 왕의 검인 아렌은 왕의 무방비한 육체와 영혼을 지키기 위해 메어의 곁에 배치되었다. 죽거나 죽이거나, 둘밖에 없는 선택지에 살기위해 왕을 죽이려 오는 반역 귀족 무리들. 휴는 여기서 자신이 쓰러지면 왕과 친우들은 물론이거니와 사랑하는 페어, 오르까지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을 짜내어 방어주술을 펼쳤다. 깨어져나간 첫번째 방어주술. 그대로 두번째, 세번째까지 깨어져 나갔다. 마지막, 그의 생명으로 펼쳐진 마지막 방어주술은 은빛으로 빛나며 그들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휴의 호흡이 정지했다. 이미 그들을 막아내느라 토한 피가 온 몸을 적셨고 생명으로 펼친 방어주술을 두드리는 그들의 공격에 결국 그의 숨은 멈췄다. 그 즉시 주술의 유지권과 소유권이 페어인 오르에게 넘어갔다. 그것을 느낀 오르는 즉시 휴에게로 달려갔다. 그런 휴를 반긴것은 흐느끼듯 내리는 비와 피에 젖은 휴의 육체였다.
"...오르."
"...'거부'."
나직히 내뱉어진 아이의 꺼질듯 여린 목소리였지만 그 여파는 작지 않았다. 방심하고 있던 적들이 한꺼번에 뒤로 훅 밀려났다. 휴의 힘을 받아 홀로 완전해진 오르가 처음 행한 일은 적들의 배제, 즉 '거부'였다. 휴의 고유 권능이었고 페어인 오르에게 전해져있던 권능은 휴의 힘까지 받아 더욱 강하게 그들을 '거부'했다.
"메어도, 아렌도, 가넷도, 환도...전부 밉지만, 오르는 저들이 가장 미워.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이의 독한 말에 왕의 무녀, 몽환이 아이를 품에 안았다. 메어가 천천히 다가왔다.
"휴의 길동무로 보내주마."
"그럼 휴가 불쌍해. 영혼조차 없애버려."
"염라 잔소리 좀 듣지 뭐."
민들레 솜털같은 하얀 머리카락을 몇번 토닥인 메어가 손을 들었다.
"몽계를 지킨 방패의 희생에 경의를.
전군, 공격 개시."
손이 내려감과 동시에 적들과 함께 왕성의 반이 날아가버렸다.
왕의 귀환과 동시에 왕의 방패이자 몽계의 수호자는 죽음을 맞이했으며 귀족들은 몰락했다.
+
"어째서 권능이 나오지 않는걸까."
길게 땋은 머리카락은 흔들렸다. 왕의 무녀인 몽환의 앞에는 하얀머리의 아이가 앉아 있었다. 아이는 두 눈을 굳게 닫고 있었다. 파트너인 휴를 잃은 아이는 색이 있음에도 흑백처럼 보이는 세상에 마음을 닫고 눈을 감아버렸다. 언제나 밝게 웃던 아이는 더이상 웃지 않았고 풍부한 감정은 메말라 무감각했다. 또한 항상 희망이 가득했던 아이는 더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몽마들에게 먹히기 가장 좋은 상태에서 아이에게 완전히 옮겨진 권능인 '거부'가 힘을 발하지 않았다. 그에 왕의 측근들은 한명씩 돌아가며 아이를 맡았다. 아이까지 잃으면 그들은 휴를 볼 낯이 없다며 애지중지 아이를 아꼈지만 아이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무 반응 하지 않았다.
"있어봤자 오르는 필요없어."
"필요 없긴. 휴가 없는 지금 아가는 까딱 잘못하면 몽마에게 먹혀버린다고."
"상관없어."
민들레 솜털같이 하얗고 폭신한 머리의 아이는 무감각하게 답했다. 아이의 결정에 응하듯 권능은 한톨도 나오지 않았다.
"너를 지키는 것만에 녀석에 대한 우리의 속죄인데 네가 이러면 곤란하다고."
"곤란하라지, 멍청이 아렌."
"야! 아오, 휴 그 자식!"
속죄,라 칭한 아렌도 그 두눈 가득 걱정을 담고 있었다. 그들에게 속죄는 핑계일 뿐이었다. 아이에게 다가가기 위한 핑계. 그것조차 없었으면 아이는 그들을 절대 접근하게 두지 않았을 터였다.
"오르."
"..."
"정말 이대로 죽을테냐."
"신경쓰지마."
"우리 또한 너를 아끼는데 어찌 신경쓰지 않을수 있겠느냐."
육체와 왕좌를 완전히 되찾은 나이트메어 드림이터가 오르 앞에 기꺼이 무릎을 굽혀 앉아 아이의 감고 있는 눈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아이는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네 권능은 너의 의지에 따라 발하지 않는게겠지."
"오르의 권능 아니야."
"그래, 휴와 너의 권능."
메어는 아이를 품에 안고 일어섰다. 테라스로 나간 메어는 서서히 수복되고 있는 몽계를 바라봤다.
"보지 않을테냐. 너의 휴가 지킨 세계니라."
"눈을 뜨며 휴가 없다는게 오르는 무섭고 싫어. 그러니까 오르는 눈뜨지 않을거야."
아이의 고집에 메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몽계의 성스러운 동물인 몽수-드림이터-가 포르르 날아와 오르의 어깨에 앉았다. 천사같이 보드라운 날개를 가볍게 팔락인 몽수는 아이의 어깨에 앉을 수 있을만큼 충분히 작았다.
"그 몽수, 부화했구나."
"응. 내전이 일어나가 직전에 태어났어. 이름은 브릴란트. 애칭으로 브릴,이라 불고 있었어. '축복'능력을 가졌고."
"...찬란히 빛나는 [보석]이로구나."
브릴란트라 불린 몽수가 가볍게 삐이-하고 울었다. 메어는 브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아이를 고쳐안았다.
"오르. 현계에 나가있지 않겠느냐."
"...?"
현계. 평범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그곳. 오르는 보호자가 몽계에 있기에 몽계에 거처를 두고 있지만 보통 데이드리머들은 현계에 거처를 두고 있었다.
"현계는 몽계보다 위험하지만...적어도 마음 추스릴 시간은 가질수 있을게다. 이곳에 있다면 조만간 몽마와의 전장에 나가야 할테니 말이다."
오르가 많이 어리지만 홀로 완벽해진 이상 마냥 두고 있진 않을거였다. 이 방안의 모두는 전부 반대하겠지만 항상 몽마와의 전쟁 상태인 이상 내보낼 수 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메어는 아이를 현계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현계에 있는 데이드리머까지 불러 싸우게 하진 않을테야."
"...응."
삐이-브릴이 오르의 답에 동조하는 삐익 울었다.
그렇게 현계에 내려간 얼마 뒤. 아이는 행방불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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