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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사림토령 과거로그

요루Yoru 2019. 12. 14. 02:01

땅의 기운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고, 숲의 기운이 역대 최고로 맑으며, 불의 기운이 염라대왕이 감탄할 정도로 순수한 날. 산도깨비 수장의 아이, 사림토령은 태어났다.

 

산도깨비가 태어나는 방식은 보통 두가지이다. 스스로 땅과 숲과 불의 기운을 양분삼아 태어나거나 부모도깨비가 지닌 씨앗에서 태어나거나. 사림토령은 그중 후자의 방법으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날, 산도깨비들 중 누구보다 맑고 깨끗하며 강한 기운에 모든 산도깨비들은 기뻐했다. 원래부터 생명의 탄생과 그 생명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던 산도깨비들은 아이가 수장의 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아이를 아껴주었다. 아이는 굉장히 순한 아이였다. 산도깨비가 온화한 성향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굉장히 순한 아이였기에 일족은 아 아이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는 강한 기운을 타고 났으며 그 강한 기를 제어하는데 탁월했다. 누군가 딱히 가르친 적이 없음에도 아이는 거뜬히 해냈다. 모두가 아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숲과 산이 사랑하고 땅이 축복하며 불이 아끼는 아이가 자랑스러웠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수장과 그 아내는 물론이고 일족 전체가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았다. 어린 씨앗요괴와 새싹요괴, 어린 산도깨비들도 아이를 좋아했으며 아꼈다. 아이는 사랑을 받았으며 또한 사랑을 했다. 아이는 생명을 사랑하는 일족을 사랑했고 자랑스러워했다.

 

일족은 인간들과 대면하기엔 너무 자유로운 달도깨비나 물에서 나올 기색이 없는 물도깨비들과는 다르게 인간과의 교류가 꽤 있는 편이었다. 온화한 산도깨비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간들에게 제가 가꾼 영약과 식물들을 기꺼이 건네주었다. 처음엔 감사해하던 인간들은 점점 오만해져갔고 급기야는 그들이 저들의 노예인것 마냥 약탈해가기 시작했다. 인간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달콤한 열매를 맺는 나무요괴들과 그 어린 씨앗, 새싹요괴들을 노려 납치하기 시작했다. 납치된 식물요괴들은 인간들의 학대와 독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식물이 되어 그 여린 생을 마감했다. 인간의 욕심많은 행태에 아이의 아버지인 수장은 인간들과 교류를 끊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에 따라 나무요괴들이 인간들의 출입을 막았다. 산도깨비들은 태초에 염라대왕이 생명을 사랑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여겨 산도깨비에게 주었다던 불-무려 지옥불이다-의 능력으로 그들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온화했고 생명을 사랑했기에 도움을 청하는 그들에게 매정해지지 못했다.

 

밖이 소란스럽던 어느날, 아이의 부모는 잔뜩 상처입은 몸으로 막 일어난 아이를 감싸안고 두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아이는 부모나무가 흩뿌리는 수면가루에 몽롱한 정신으로 밖의 상황을 들었다.

 

매정해지지 못한 산도깨비들. 그리고 욕심이 많았던 인간들. 인간들은 산도깨비가 키우는 식물과 영약을 노리고 산도깨비 선산을 침입했다. 산도깨비가 키우는 식물들이 특별한 것은 모르고 산도깨비 선산을 차지하기 위해 산도깨비들을 죽여나갔다. 생명을 사랑하는 산도깨비들은 평화또한 사랑했기에 그들을 설득하려했지만 산도깨비들의 그런 성향을 알고 있던 인간들은 되려 그런 산도깨비들부터 죽여나갔다.

 

죽은 산도깨비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산도깨비들의 터전은 금방 나무가 울창한 숲이 되었다. 인간들은 산도깨비들이 키우던 식물과 영물들을 보며 기뻐했다. 영물들은 고스란히 인간들에게 잡혀 도륙되었다. 식물요괴들은 선산에 흩뿌려진 피와 인간의 독기에 중독되 죽어나갔다. 심지어 선산을 지키던 혈목-피를 머금은 나무요괴들이다. 일반적인 나무요괴와 다르게 호전적이고 조금...무섭게 생겼다-들도 선산을 가득 메운 지독한 독기에 시들시들 죽어버렸다. 나무가 된 산도깨비들은 마지막 남은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정화하기 위해 힘을 짜냈으나 지독한 독기는 정화되지 못했고 산도깨비의 시체와 같았던 나무들은 점점 평범한 나무가 되어갔다.

 

산도깨비의 멸족 소식에 염라대왕이 슬퍼하며 불여우를 보내 그들을 애도했고 자유로운 달도깨비와 물에서 안나오기로 유명한 물도깨비들도 한번씩 찾아와 그들을 애도하며 조금이라도 선산을 정화시켜주고 떠났다.

 

산도깨비 선산은 더이상 선산이라 불리지 못하게 되었다. 사방을 가득 메운 독기는 선산을 죽게 만들었다. 온화한 산도깨비들이 가꾸는 선산을 좋아하던 모든 이들은 그에 슬퍼했다.

 

그렇게 200백년이 지나던 가운데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평범한 나무가 되어버린 부모의 품을 벗어난 아이는 저를 지키려다 상처투성이가 된 나무를 쓰다듬고는 밖으로 나섰다. 밖은 더 이상 마을이 아니었다. 서글픔이 가득한 숲이었다. 씨앗도, 새싹도, 나무도, 산도깨비들도 아무도 없었다.

 

이어지는 발길. 지나온길에 가득한 눈물자국. 더이상 아이가 사랑한 산은, 일족은 남아있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자신을 잠식하는 깊고 깊은 어둠에 제 몸을 내맡겼으리라.

 

엄마, 엄마, 우는 작은 목소리를 따라 발을 옮긴다. 나무들은 스스로 움직여 아이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발견한 붉디붉은 뱀의 아이.

 

작은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거대한 뱀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느리게 발을 옮겨 작은 아이의 곁에 섰다. 둔갑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어미뱀은 오래된 상처를 안고 있었다.

 

산도깨비님, 산도깨비님, 아이를, 사아를 부탁해요.

 

저를 발견한 어미뱀이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몇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숨은 끊겼다. 작은 아이의 울음만이 가득 울려퍼질 뿐이었다.

 

엄마. 엄마. 엄마.

 

간절히 어미를 부르짖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너도 나와 처지가 같구나. 아이는 얌전히 안겨 어미를 애타게 찾았다. 아이가 손을 들어올리자 상냥한 땅이 어미의 시체를 품에 안았다. 순식간에 자라는 국화꽃이 그 땅을 메웠다. 아이는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일족의 터가 있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작은 아이의 가족이 될 것이며 작은 아이는 아이의 가족이 될 것이다.

 

+

 

토령과 사아(이름은 대사아. 애칭이 사아)는 수장의 집, 즉 토령이 살던 집 터에 새 집을 지었다. 순식간에 지어진 집에 사아는 우는 것도 잊고 멍하니 쳐다볼 정도였다. 사아의 어미는 바실리스크, 아비는 요르문간드였다. 사아에게는 석화의 힘이 있었으나 아직 약하기도 했고 산도깨비인 토령에게는 (다행스럽게도)씨알도 먹히지 않는 힘이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사아는 모든 것을 신기해했다. 이제 막 태어난 씨앗요괴부터 토령까지. 심지어는 땅과 공기마저 신기해했다.

 

하지만 아이는, 사아는 자신의 부모를 죽인 이들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사아는 성장했다. 토령의 나이가 300대가 되었을 무렵, 사아는 온몸 가득 피냄새와 독기를 품고 있었다. 선산을 정화하고 있는 토령에게는 익숙한 독기. 정화에 지쳐 몇달을 죽은듯 자고 일어난 토령은 경악했다. 사아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독기에 중독되 죽어가고 있었다.

 

토령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제 기운을 쏟아부었다. 정화고 뭐건간에 아이를 살리기 위해 기운을 쏟아부었다. 얼마나 인간을 죽인건지 아이에게 쌓인 독기는 토령이 기운을 쏟아부어도 다 정화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토령은 선택해야만 했다.

 

수장은 저마다 보좌관을 두고 있다. 전대 수장-토령의 아비-의 보좌관은 토령의 어머니였다. 수장의 보좌관이 되기 위해선 수장과 계약을 맺어야한다. 그것은 자신의 기운을 수장의 기운으로 바꾸는 의식. 수장과 보좌관은 그 증거로 신체의 한부분이 바뀐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선 그 계약이 필요했다. 토령의 기운은 역대 최강이라 할만큼 강했으며 맑았다. 게다가 토령은 아직 다큰 도깨비가 아니었기에 후보라고 불렸지만 실질적인 수장이었다. 토령은 망설임없이 아이와 계약을 맺었고 그 댓가로 눈 한쪽이 바뀌었다.

 

사아는 살아났다. 사아는 형, 대신 도련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아의 독기를 정화하는데 기운을 많이 쓴 토령은 반도 남지 않은 기운으로 산을 정화하는 한편 기운을 회복시켰다. 그 뒤로 아이는 산에 올라오는 인간들만 물어버리고 일부러 마을로 내려가 죽이고 다니지는 않게 되었다.

 

사아는 토령이 인간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토령도 인간에게는 별로 좋은 감정은 없기에 토령은 본의 아니게 선산에 뿌리내리고 지내게 되었다.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거나 사아가 인간의 마을에 진저리치며 다녀오곤 했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에 사아에게 물어봐 돌아온 답변은 무서운 괴물이었다.

 

+

 

어느새인가 세월은 지나 씨앗요괴들이 새싹요괴가 되고 나무요괴가 되어 새로운 씨앗요괴들을 만들어냈다. 산도깨비는 식물요괴들을 키우고 식물요괴들은 산도깨비가 태어날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한 혈목요괴는 산도깨비의 피를 얻는 대신 그들의 거처를 지킨다. 공생관계인 식물요괴와 산도깨비. 그 덕에 육아는 고스란히 토령과 사아의 몫이 되었다.

 

육아는 전쟁이었다.

 

+

 

토령과 사아는 거처에서 뿌리박듯 살아갔다. 토령의 기운은 독기를 정화함에 따라 약해서 갔고 설상가상 독기가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토령은 자신이 죽어감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받아들였다. 성령이 되지 못할줄 알았던 그는 성령이 되서 수장이 되었다. 그는 산도깨비들이 태어나면 더 이상의 미련이 없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사아는 토령을 쉬고 오라며 밖으로 내보냈다.

 

토령은 세상을 떠돌았다. 몇일밖에 없는 휴가.

 

그렇게 토령은 이곳에 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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