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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8](동결) 10Days
요루Yoru
2018. 11. 10. 14:30
그 옛날, 일년 중 열흘이 사라져 버린 일이 있었다.
단지 날짜를 맞추기 위해 바뀌어진 날을 시작으로 매년 10월 4일 단 하루, 사람들이 행방불명 됬다.
여러나라에서 기준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행방.
그들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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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고 새하얀 공간.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가득한 그곳, 회색 바닥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다양한 그들은 기절한듯 누워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고 우왕좌왕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부셔진 건물들.
어느 경계를 넘어 보이는 검은빛의 사람 형상이되 사람이 아닌 무언가.
붉은 빛이 가득한 공간.
폭풍이 칠듯 검은 구름이 가득한 공간.
그 외 등등 여러 현상이 한곳에 모인듯한 공간에 그들은 겁먹은듯 주춤거렸다.
그와중에 한 사람이 벽돌 담 위에 앉아있는 백은발의 청년을 발견했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청년은 그 외침에 눈을 뜨고 그들을 내려다 봤다.
아무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듯했던 붉은 눈동자에 그들이 담기자 청년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한심함이었다.
"이제 찾았나요? 이 굼벵이들. 작년도 참가자들은 오자마자 찾았는데. 쯧쯧."
잠시간의 정적 후, 그들은 소란스러워 지며 청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주먹다툼이라도 일으킬듯 주먹을 쥔 사람을 본 청년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얄밉게 웃었다.
"왜요. 치게요? 쳐봐요. 쳐봐요. 치고서 당신이 여길 나갈수 있나 보자구요. 아, 참고로 저 죽으면 당신들 집 못가요. 네. 거기 당신. 당신한테 한 말이예요. 멍청하긴."
청년의 말에 그들은 화를 참는듯 한껏 붉어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주먹을 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청년은 빛나는 백은발을 쓸어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담벼락 위에 섰다.
"뭐, 일단 굼벵이들이라도 할일은 해야겠죠. 저는 10Days의 진행자인 렌시 샤 입니다. 렌시쪽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귀찮음이 한껏 담긴 얼굴로 건성건성 인사를 건낸 청년, 렌시는 슬쩍 사람들을 둘러봤다. 무표정한 얼굴, 울먹거리는 얼굴, 화가 난 얼굴. 그 여러 표정 가운데 공통된 감정은 불안감. 실시간으로 바뀌는 그들의 다양한 표정을 바라보던 렌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곳은 10월 4일부터 10월 15일 사이의 사라진 열흘의 시간이 갇힌 공간...이라고 할아버님이 하셨습니다."
잠시 불쾌한 표정을 지은 렌시는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잠시 말을 끊고 그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이내 그들끼리 이해한듯 웅성거림이 가라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여러분은 딱 열흘간 이곳에 머물게 됩니다. 이곳은 하루에 하나씩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곳. 여러분은 그 특별한 일을 몸소 겪게 되는 겁니다. 와아아. 축하합니다."
영혼 없는 어조로 박수치며 말하는 렌시의 모습에 그들은 별 미친X를 다본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
"...네가 우릴 여기 가둔거지?! 그딴 얘기 집어치우고 당장 돌려보내줘!"
혼이 반쯤 나간듯한 얼굴을 하던 렌시가 그 외침에 얼굴 한가득 짜증을 담고 그 사람을 바라봤다.
"전 매년 끌려오는데 고작 열흘을 못참아요? 참을성은 저 하늘의 별에 실어보냈나요? 쓰레기네요. 그리고 뭐, 저는 물론이고 저희 집안 자체가 강제노동인데 제가 주모자라고요? 미쳤어요? "
상당히 한이 맺힌듯한 그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대대로 이어져서 해온 강제 노동이란 말에 측은한 눈빛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전 집에 가고싶단 말입니다!'를 외친 렌시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결좋은 백은빛 머리카락을 벅벅 긁었다.
"아, 됬어요. 아무튼 당신들은 여기서 열흘간 못나가고 저도 못나가고 저기 꺼먼 놈돌도 못나가고 다 못나가요. 참고로 말하자면 저 꺼먼 것들은 평생 못나가요."
툴툴거리듯 불친절한 손가락질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한 렌시가 잠시 고민하다가 경계 너머 사람 형상이되 사람이 아닌 검은 무언가를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저 검은 것들은 헤메이는 자들입니다. 여태까지 이 10days에 온 사람들 중 돌아가지 못한 자들이죠. 또한 당신들의 시간은 이 경계에 한정되어 있으니 경계를 벗어나지 마십쇼. 벗어나지 않는다면 여기서 디비져 눕든 뒹굴거리든 신경 안씁니다."
"저 붉은 곳은 마녀의 공간입니다. 가봐도 상관은 없지만 별로 추천은 안합니다. 여기 오는 마녀치고 정상은 별로 없거든요."
"저 폭풍치는 곳은 가봤자 폐허지만 자살명소입니다. 날아가서 경계를 넘어가고 싶으시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이곳의 동식물과 특정 물건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것이 꽤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나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저도 모릅니다."
팁과 같은 말들은 읊던 렌시는 이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부디 살아남이 무사히 귀환하시길. 그럼...
(빌어먹을) 10days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사람들은 괄호 안의 말이 들려오는 듯한 환청을 애써 무시했다.